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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사회

[6.25전쟁 70주년 행사] 유승호 - 영웅에게 전하는 편지

by 나유안 2020. 6. 28.

6.25 전쟁 제 70주년 행사에서 유승호가 6.25 전쟁에 참가했던 영웅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생각해볼 것이 많은 영상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유승호입니다.

얼마 전 이 자리에 초대를 받으면서 한가지 전해들은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147명의 국군 전사자 분들이 70년이라는 긴 세월의 바다를 건너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오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그분들 속에 계실지도 모르는 저와 같은 나이의 어느 국군을 향해 짧은 편지를 띄워볼까 합니다.

 

친구에게

허락하신다면 나는 당신을 친구라 부르고 싶습니다.

1950년 짧은 생이 멈춘 그 순간 이후로 당신은 나와 같은 20대 청년이기에 난 당신을 친구라 부르고 당신의 그날을 오늘 눈앞에 펼쳐보려 합니다.

 

친구여...

갑작스런 국가의 부름을 받고 집을 나서던 순간 얼마나 두려우셨습니까

 

서둘러 따뜻한 밥을 짓던 어머니의 손을 놓고 돌아서며 얼마나 목이 메이셨습니까

 

친구여...

그럼에도 당신은 낡은 군복과 소총 한자루를 움켜쥐고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지옥같은 전장에 도착했을 때 당신은 누구보다도 더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때로는 태양을 짊어진 듯 뜨거운 폭염아래서

때로는 수통의 물마저 얼려버리는 칼날같은 겨울바람 속에서

 

전우들의 죽음을 넘어 끝없이 전진했습니다.

 

친구여...

그 고통스런 나날들을 어찌 견디셨습니까?

매일 밤 찾아오는 두려움을 어찌 이겨내셨습니까?

 

포탄처럼 날아오는 번뇌와 서글픔을 어찌 삼키셨습니까?

 

그리고 마지막 순간엔...

누구를 떠올리며 눈을 감으셨습니까

 

친구여...

당신이 총탄을 피해 순은 낡은 집은 이제 학생들이 뛰어노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잠시 가족의 사진을 꺼내보던 고단했던 행군로는 이제 젊은이들의 자전거 길이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고향 마을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큰 도시가 되었습니다.

 

친구여...

당신이 지켜낸 땅 위에서 저는 오늘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당신이 지켜낸 땅 위에서 우리는 또 이렇게 윤택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친구여,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단 한순간도 당신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2020년 6월 25일 영웅의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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